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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음모론, 왜 우리는 비합리의 늪에 빠지는가

자료보는아저씨 2025. 4. 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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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음모론, 왜 우리는 비합리의 늪에 빠지는가

음모론, 한국 사회를 좀먹는 일상의 신앙

한국 사회는 음모론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단지 극우나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 해석부터 사회 사건, 정치 이슈, 연예 뉴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음모론이 침투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판적으로 걸러내기보다는 쉽게 받아들이며 공유한다.

역사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사역사학, 혹은 사이비 역사학이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의 학자들이 우리 역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했고, 그 후예들이 지금까지 학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서사를 굳게 믿는다. “식민사학 타도”라는 구호 아래 기존 학계 전체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자신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자처한다.

문제는 그들의 논리가 아니라 그 믿음의 구조다. 마치 ‘미국이 모든 악의 근원이다’, ‘중국이 뒤에서 조종한다’는 식의 음모론과 같은 구조 위에 서 있다. 정작 중요한 건 사실이나 검증이 아니라, 정서적 결속과 '우리만의 진실'을 중심으로 한 신념이다.

논리적 대화가 불가능한 이유

이러한 음모론적 사고는 이미 일종의 신앙 체계가 되어 있다. 논리와 증거보다는 확신이 우선이다. 반박에는 귀를 닫고,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식민사학에 물든 자’라 낙인찍는다. 대화가 불가능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함께 현실을 해석할 수 있는 공유된 가정이 사라진 자리에는 설득도, 타협도 없다.

 

사실 어디까지가 음모론인지 모르겠구나, ... (책임회피)

 

'다른 의견'이 아닌 사회적 병리

이제 우리는 이런 음모론을 ‘그저 다른 의견’으로 존중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병리로 직시하고 차단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음모론은 사실 하나의 일탈적이고 비주류적인 주장에 그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히 하나의 의견처럼 사회 곳곳에서 목소리를 얻고 있으며, 일상적 사고의 흐름 속에 들어와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다. 음모론은 허용될 수 있는 의견 중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왜곡하고, 공동체적 사고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이를 직시하고 제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더 빠르게 합리와 이성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는 사람들

나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하나의 확신에 이르게 되었다. 맹목적 ‘틀린 정보’, 혹은 망상이 섞인 이야기를 사실처럼 반복하는 사람들과는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함께 생각하고 논의하기 위해서는 공유된 기본적 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가정 자체가 어긋나 있다면, 아무리 말을 이어가도 기력만 소진될 뿐이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소위 '기 빨리는' 상황에서 돌아남은 것은 허탈함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엮이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다. 소모적 논쟁에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함께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에게 그 에너지를 쓰고 싶다. 그것이 이 사회에서 음모론에 대응하는 가장 단단하고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믿는다.

 

 

다음에는 "우리 사회가 왜 음모론에 취약할까"...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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