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람값이 너무 싸다: 반복되는 산업재해,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
우리나라에서 소위 노동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25년 3월에도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사고들이 잇따랐다.
충남 아산에서는 강풍 속 외벽 작업 중 노동자가 바람에 건물과 부딪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었고 (해당 사건은 추락으로 보도된 것과 이미 고공에서 사고를 당한 후 내려졌다는 뉴스가 모두 있다.) ,
바로 얼마전(2월) 경기 안성에서는 건설 중인 고가도로 붕괴 사고가,
며칠 전(25년 3월) 서울 명일동에서는 도로가 크게 꺼지며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는 더 이상 “운이 나빴다”로 덮을 수 없는,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비극이라 하겠다.
사고는 반복되지만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작동하지 않는 제도와 책임 회피의 구조다.
서울 명일동 지반침하: 예견된 사고, 무시된 경고
2025년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고, 지나가던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해당 지역은 2년 전 서울시 용역 보고서에서 지반침하 위험이 높은 ‘요주의 지역’으로 지적된 바 있는 지역이고, 최근에는 인근 주민들이 지반 침하 우려를 제기하고 서울시에 신고했지만 이상없다는 이야기만 하고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결국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반이 약한 지역 정보는 있으나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집값이 생명보다 앞서는 현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시스템이다.
천안 고공 작업 사망 사고: 손실 우려가 생명을 밀어낸다
2025년 3월 25일, 충남 아산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강풍 속 외벽 도장 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위에도 적었지만, 추락해 사망한 기사가 많은데, 실제로 고공에서 이미 정신을 잃은 채 매달린 노동자를 구조해 내린 사건도 있었다. 그 영상을 보았는데, 그 강품에 공사를 하다가 바람에 흔들리며 움직이지 못하는 작업자가 매달려 있는 것을 신고해서 내렸다는 소식과 일치한다. 너무나 끔찍한 광경이다.)
당시 순간풍속은 20m/s에 달했다. 이런 조건에서는 고공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기본 안전 수칙일텐데, 그런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공기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준이 없고 제재가 없다면, 현장은 늘 생명보다 일정과 비용을 우선시하게 된다.
품질과 안전을 망치는 구조적 한계
한국 건설 현장에서는 무단 설계 변경, 부실 감리, 관행적 타협이 여전하다. 사고가 나도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많지 않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지만, 지금 시스템은 책임 회피에 더 익숙하다.
싱가포르
- 콘크리트 배치당 강제 샘플링 시행 > 품질 미달 시 배치 전체 폐기 및 시공사 인증 취소 가능
싱가포르에서는 건설과 토목 현장에 쓰이는 콘크리트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검토 하기 위하여 의무로 샘플링을 시행하고 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재시공할 수 있고, 해당 배치 폐기, 시공사 인증 취소도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은 여전히 사고 발생 후의 처벌에 머물러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사고 이전의 예방을 위한 가이드와 규정을 세세하게 강제하고 있고 이에 대한 조치도 강력하게 시행한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해외에서는 황당한 사고를 안내는 것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중대재해처벌법(SAPA)의 실효성 논란
2024년 기준 알만한 대기업의 주요 건설사에서 여전히 연간 100건이 넘는 중상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처벌보다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50인 미만 기업에는 2025년 2월까지 유예기간이 부여되었고, 그 결과 전체 건설사의 70% 이상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부 대기업은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등 대응에 나섰지만, 적은 예산으로는 전국 중소 건설현장까지 확산하기 어렵다.
캐나다 사례: '설마'가 통하지 않는다
한 한국 건설업자가 캐나다에서 주택을 짓던 중, 지하실과 지상을 연결하는 부위에서 설계와 다른 구조물을 빼고 시공했다.
한국이었다면 “그거 하나 때문에 다시 지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 속에 어떻게든 준공검사를 통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설계 불일치가 확인되자 준공검사 자체가 거부됐다. 건물은 완공되었지만, 법적으로 '쓸 수 없는 건물'이 된 것이다. ‘설마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사회. 사소한 규정 위반이 수십억짜리 건물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사회. 그곳에서는 “대충대충”이란 말이 없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언제까지 “기업 활동이 어렵다”, “건설업이 죽는다”는 이유로 사람의 목숨과 품질을 양보할 것인가.
이제는 선택의 문제다.
우리는 사람이 죽는 방식으로 비용을 아끼는 사회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살리는 방식으로 산업을 운영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에필로그: 그 쇳물 쓰지 마라
2010년, 20대 청년이 1,600도가 넘는 용광로에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그때 한 시민이 남긴 기사 뉴스에 댓글로 달아 놓은 시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그 시를 오늘 다시 여기에 옮긴다.
(참고로, 이 시는 시집으로 발간 되었다. 동명의 제목을 갖고 출간되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살았을 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2025년 3월 서울 명일동 싱크홀 사고로 희생된 30대 가장과, 천안 아산 아파트 현장에서 희생된 작업자분, 그 외 많은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이 명복을 빕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바꿔야 합니다.
PS. 아울러 경북 대형 산불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도 함께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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